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 손에 그러쥐려 했던 거인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더 전,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지혜의 등불을 밝혔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입니다. 플라톤의 총애받는 제자이자, 훗날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던 그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자신만의 이론을 세웠습니다. 그의 논리는 너무나도 명쾌하고 강력해서, 이후 서양의 지식인들은 무려 2000년 동안 그가 만든 지식의 성채 안에서 세상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었던 지식의 성채에, 훗날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낼 작은 틈이 숨겨져 있었다면 어떨까요?
상식으로 쌓아 올린 세계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세상은 참으로 직관적이었습니다. 그는 하늘과 땅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나누었습니다. 저 높은 하늘의 세계는 영원히 변치 않는 물질 '에테르'로 가득 차 완벽한 원을 그리며 돌고,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세계는 전혀 다른 법칙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죠.
문제가 시작된 곳은 바로 이 '땅의 세계'였습니다. 그는 땅의 모든 것이 불, 공기, 물,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소들에게는 각자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향'이 있다고 생각했죠. 무거운 흙과 물은 세상의 중심인 땅으로, 가벼운 공기와 불은 저 높은 하늘 쪽으로 가려는 성질이 있다는 겁니다. 흙으로 빚은 돌멩이가 손을 놓으면 땅으로 떨어지고, 불꽃이 하늘로 날름거리며 솟구치는 것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자연스러운 몸부림이었던 셈입니다.
외부에서 억지로 힘을 줘야 움직이는 '강제 운동'과 달리, 이렇게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자연 운동'이라 불렀습니다.
위대했기에 치명적이었던 착각
이 생각의 끝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착각'이 태어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흙'의 성분을 더 많이 가진, 즉 더 무거운 물체일수록 자신의 고향인 땅을 더 강하게 그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죠.
생각해 보면 아주 그럴듯합니다. 당장 손에 쥔 쇠구슬과 종잇조각을 떨어뜨려 보세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죠. 이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관찰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그의 주장은 너무나 강력해서, 20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 누구도 감히 의심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진리로 굳어졌습니다.
권위에 도전한 한 남자,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서막
2000년의 깊은 잠을 깨운 것은 16세기 이탈리아의 괴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였습니다. 그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에 정면으로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만약 공기의 저항이 없다면, 모든 물체는 깃털이든 대포알이든 똑같이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갈릴레이 하면 피사의 사탑 이야기가 자연스레 따라붙습니다. 기울어진 탑에서 무게가 다른 공을 던져 보였다는 그 일화 말입니다. 실제로 그런 퍼포먼스가 있었는지는 오늘날까지도 말이 많지만, 설령 없었더라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갈릴레이의 진짜 실험실은 그의 머릿속이었기 때문이죠. 더 중요한 사실은, 그의 발견이 던진 메시지입니다. 이것은 '물체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가'하는 문제보다 훨씬 근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과학은 더 이상 권위나 상식에 기대지 않고, 직접 부딪쳐보고 확인하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을 설명하려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한 착각은 후대의 과학이 더 위대한 진실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준 셈입니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그의 실수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열어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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